
지은이 : 유시민
펴낸곳 : 돌베개
출간일 : 2009. 3. 6.
가 격 : 14,000
쪽 수 : 380쪽
회사 동료를 통해 후불제 민주주의에 대해 들었다. 우리나라는 분단과 동시 거저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고. 프랑스나 미국 등 서방 세계들은 민주주의화 되기 위해 많은 대가를 치뤘어야 했지만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민주주의가 당연시 도입됐기 때문에 518 민주화운동 등을 거치며 대가를 치뤄가고 있는 것이라고..
충분히 공감 가능한 내용이고 또 평소 대안으로의 유시민을 기대하고 있던 터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을까 하, 서양의 민주화 과정과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을 비교했을까? 이런 저런 기대감 속에 한장 한장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점점 기대보다는 실망만 커져 갔다. 헌법도 전문에 대한 해석 - 혹은, 꼭 필요한 부분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 - 이 아니라 일부만 발췌해서 보기 좋게 현재 집권당과 최고권력자를에 대한 비판으로 삼았고, 또 작금의 현실에 불만을 품고 있는 이들의 입맛에 맞춰 여러가지 논리들을 질서 없이 펼쳐 나가고 있다.
사실 난 2002년 대선때도 한나라당과 이회창을 지지하는 골수 한나라당 팬이었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워낙 정치에 관심도 없었고 단지 전라도를 싫어한다는 이유 때문에 한나라를 택했던 것이다. 그리고 2007 대선때는 여행 때문에 선거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서울을 봉헌하겠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장로님 대통령이 노인 폄훼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보다는 낫겠지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그것 - 장로님 대통령이 나을거라는 - 이 잘못된 판단이었음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지긴 했지만 지나치게 진보 성향이 짙은 형과의 논쟁에서는 늘 민주당과 그 아류들 - 유시민이 한나라와 아류들이라고 한 것에 대한 패러디이다 - 에 대해 비난하기 바빴다.
돌이켜 보면 내가 굳이 싫어하지 않아도 될 민주당과 그 아류들을 지독하게 미워하게 된 것은, 아마 그들이 표방하고 있는 색깔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들 나름대로는 정책에 대한 뚜렷한 주관이나 유시민이 표현하는 것처럼 '사회민주주의' 노선을 따르고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그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다.
다시말해, 정책에 대한 뚜렷한 비전 제시나 공감대 형성은 뒤로 한채 반한나라당 세력들을 규합해 그저 현정권을 끌어 내리고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가고픈 욕심 많은 사람들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시민 역시 이 책을 통해 그저 현직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수년전까지 노선을 함께 했던 민주당, 유시민도 인정하는 형식상으로 당원으로부터 대의가 이뤄지는 정당인 민주노동당 - 열거해보니 유시민과 다른 노선을 걷는 거의 모든 정치 세력들이다 - 등의 정치 세력을 까는데에만 혈안이 된 것 처럼 보인다.
초반, 중반까지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결국은 현재도 우리는 민주화 되어 가는 과정이고 이 과정이 빨리 끝나는 것은 현재 집권여당과 최고권력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눈 먼 시민들 - 감히 이런 표현을 써서 죄송하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비춰진다. - 을 종용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민들이 정말 궁금해 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무능하기 짝이 없고, 독단적인 새로운 형태의 독재정권이라는 것이 아니라, 사회민주주의 세력들은 과연 어떤 업적을 쌓고 있으며, 또 그들이 집권하게 된다면 구체적으로 우리나라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관심이리라. 언론을 조작하며 대통령 흠집이나 내고 색깔론을 펼치기 바쁜 그들과 진보주의 젊은이들의 사고를 조작하며 대통령을 흠집내고 선동하는 당신들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과거 차떼기 사건때에도 누구는 수천억을 받고 누구는 수십억을 받았는데 어떻게 수천억을 받은 것과 수십억 받은 것을 비교할 수가 있냐며 의식을 흐트러뜨리어 광분하게끔 하고, '한나라당 너희는 아니야'라는 문구로 젊은이들을 교묘히 꼬여 반한나라 의식을 심어 결국 반사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그들을 보면서, 그저 대안이나 찾아야 하는 우리나라의 수준 낮은 정치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여러가지 작가의 생각 중 일부는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내용도 있었으며, 보건복지부의 수장으로 그가 이룬 몇가지 업적에 대해서는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표지의 부제인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보다 '유시민의 정치 에세이'라는 표현이 더욱 적합할 것이다. (실제로 다루는 헌법 조항이 몇 안될 뿐더러, 그의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기 위한 보조수단이다.)
유시민에게 바란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그는 현재 정치 유배 중이고, 2008년에 시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지식소매상이라는 타이틀로 독자들을 이전의 방식 그대로 선동(?)할 것이 아니라, 이 시기를 진정한 자기성찰의 시간으로 삼아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은 것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동시에 새로운 정치 해법을 제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 국민이 민주주의를 위해 더이상 대가를 치루지 않도록 말이다.